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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HMM 매각, 신중하게 추진되길

2023-12-11     성현 기자
성현 산업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HMM 매각이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HMM 인수 후보 중 한 곳인 동원그룹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불공정 입찰을 주장한 탓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지난달 말 마감된 본입찰에 앞서 인수 후보자들에게 각자의 요구사항을 제출받았다.

동원은 산은·해진공의 제시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회신했지만 하림은 1조68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 전환 3년 유예와 JKL파트너스의 주식 처분권 보장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본입찰에는 동원과 하림이 참여했고 산은·해진공은 이중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하림을 잠재적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에 하림이 요구한 영구채 전환 유예도 논의되고 있다.

동원의 문제 제기는 이 포인트다. 산은이 이 요구를 수용하면 하림은 HMM 지분율이 3년간 57.9%가 유지돼 연간 약 2895억원의 배당을 받게 된다.

반면 산은·해진공이 예정대로 영구채를 전환하면 하림의 HMM 지분은 38.9%로 낮아져 배당금이 1945억원으로 줄어든다.

동원은 산은·해진공이 본입찰 전부터 이 조건을 제시했으면 인수금액을 최소 2850억원 이상 더 써내 하림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조건이 수용되고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번 HMM 매각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이유는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림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인수대금을 마련하고 동원도 유상증자와 자회사 전환사채(CB) 발행, 대출 등으로 지분 매입금액을 채울 것으로 전해진다.

두 곳 모두 외부에 손을 벌려 HMM을 인수하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예상 매각가의 10%도 되지 않는 금액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HMM의 이익잉여금이 10조원에 달해 업계에서는 하림이나 동원이 인수 후 HMM의 여유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은이 매각 후에도 HMM의 배당을 3년간 총 1조 5000억원으로 제한한 배경이다.

HMM의 여유자금이 인수기업 쪽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명백한 사업 사이클이 존재하는 해운업의 특성 상 HMM이 실적 부진으로 자금난에 빠졌을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림이나 동원이 버텨주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무리한 인수를 추진했다가 사세가 기운 기업은 수도 없이 많다.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연이어 사들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이다. M&A 전문가인 산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HMM이 매각 이후에 또다시 자금난에 빠지고 하림이나 동원도 동반 부진에 허덕이면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죽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산은이 또 다른 흑역사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