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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프레너미’

강/ 심아진 지음

2024-07-04     안효경 기자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이 착각과 오인에 불과할지라도 그게 아니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랑의 불가피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최상급의 순도로 빛나던 무언가가 바래고 스러진 자리에서야 알게 되는 사랑의 불가능성 또한 부인하지 않는다.

영원불변이라는 환상을 구원이라 여기면서 상대를 속이고 스스로 속으면서 불가피성과 불가능성에 기꺼이 투신하는 사건, 그게 사랑임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라고 다를까.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결혼의 여신인 헤라의 신화를 빌려 비유되고 있듯 사랑과 결혼은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다, “사랑이, 결혼이 던진 그물에 갇혀 영원히 버둥대다 죽어버리는” 운명으로 엮여 있다.

그러니 사랑이 지닌 ‘마법의 띠’란 아프로디테와 헤라 사이에 맺은 동맹의 증거이기도 한 셈이다.

착각과 망각으로 자진하며 지켜낸 무수히 덧없는 밤들이 소설의 고아한 기품과 정취를 만들어냈다고 믿는다.

불안과  비탄에 뒤덮여 보이지 않던 ‘무한’을 품은 ‘바깥’의 세계가 그 앞에 펼쳐질 것을 또한 믿는다.

밤의 바깥을 품은 그 ‘밝은 밤’들이 또 다른 밤의 침묵을 견디게 할 것이며, 망각 속에서도 끝내 잊히지 않는 것을 남길 수 있는 자유로 응답할 것이다.

그리하여 환상이 부재한 일상을 껴안은 채로도 비교적 오래, 문학과 공생하는 밤을 이어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