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서 베트남에 오랜시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베트남인 친구 한둘은 생기게 되는데요.
상호간 호칭에 있어,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한국에 비해 차이나게 적다보니, 첫만남에 이름을 확실히 인지해두지 않으면 나중에서는 이 친구 이름이 뭐였나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 이름을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때, "근데, 네 이름이 뭐였지?" 하고 묻기는 곤란하잖아요 :-)
형님, 오빠는 Anh, 누나, 언니는 Chi, 동생은 성별 구분없이 모두 Em
베트남어를 배웠든, 그렇지 않든 베트남에 거주하고 계신 한국분들이라면, "엠어이, 띤띠엔!!", "에머이 까이나이 바오니에우 띠엔?" 정도의 기초 베트남어들은 다들 알고 계십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베트남에서도 나이를 기준으로 손윗사람과 손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들이 존재하는데요. 하지만, 일상적인 호칭에 있어, 화자와 청자의 성별, 나이가 모두 고려되는 한국과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청자의 성별과 나이로 호칭이 결정됩니다.
이걸 텍스트로 설명하려니 말이 조금 어려워진 것 같은데요. 이해를 돕기위해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손윗사람인 남자, 즉 본인보다 더 나이가 많은 남자를 지칭할 때,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고, 여자가 남자를 부를때는 "오빠" 여자가 여자를 부를때는 "언니", 남자가 여자를 부를때는 "누나"라고 부르는게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조차 까먹을 정도로 당연한 일인데요.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화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는 "Anh(안, 아잉)",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는 "Chị(찌)"라고 지칭하게 됩니다. 만약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라면 청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Em(엠)"이 되는거구요.
그래서 형이나 오빠를 부를때는 "Anh", 누나나 언니를 부를땐 "Chi", 이외 동생뻘은 죄다 "Em"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물론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경우, 아줌마나 아저씨, 삼촌,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 등등 다양한 호칭이 존재하긴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또한 베트남어를 배운 다음, 베트남인과 메세지를 주고 받거나, 베트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면 축약어를 쓰는 경우가 매우 흔한데요. 이때는 각 칭호의 알파벳 앞글자 하나씩을 따서 Anh은 A, Chi는 C, Em은 E 정도만 줄여서 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간혹 베트남어 게시물에서 볼 수 있는 "Ace ơi"라는 말은 해당 분야에 전문화된 소위 말하는 에이스를 찾는게 아니라 "형님, 오빠, 누님, 동생 여러분~" 이라는 서두인사라고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헤어졌다고 오빠였던 내가 동생이 되니?
베트남 또한 아시아 국가의 주요 특징중 하나인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국가중 하나입니다. 아마 중국과 국경까지 맞닿아 있어 언어 뿐만 아니라 정서나 문화부분까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나라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소 "누나-동생" 관계로 지냈던 연하남과 연상녀가 연인관계 또는 부부관계로 발전하게 된다면 호칭이 "오빠-동생"으로 바뀌게됩니다. 재밌죠? 다음 사진은 헤어진 연인간의 대화중 일부입니다.
남자: 네가 그리워
여자: 난 너보다 나이 많아, 헤어졌으니까 이제 호칭 똑바로 해
아마 연상연하 커플이 헤어지고나서 연하남이 질척댔던 모양인데요. 이제 헤어졌으니 호칭을 똑바로 하라는, 재회의 여지라곤 1도 주지않는 아주 단호박같은 연상녀의 심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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