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하는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간다는 느낌을 영 지울수가 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할 날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해뒀던 포스팅을 다시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1. 일손부족이라니..? 베트남은 아직 1980년대냐?
신년맞이 첫 포스팅은 요즘 한국 MZ세대의 최대 관심사죠, 바로 취업인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 경제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동남아 최대 신흥국으로 급부상중인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걸까요?
최근 베트남 경제상황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수출중심의 베트남 경제구조 특성상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무역부진이 심각한 영향을 불러왔습니다. 이같은 무역부진에 따라 체력이 약한 기업들의 줄도산도 이어졌는데요. 이때 언론들은 너나할 것 없이 '폐업기업수가 신설법인수를 넘어섰다"며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거든요. 코로나19 이전기간인 2019년 7%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베트남은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1년 2년동안 2% 중반대 경제성장률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지난해초만 하더라도 향후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본격적인 경제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설) 연휴를 기점으로 북부지방을 중심으로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한여름밤의 꿈이 되어버렸는데요. 이후 산발적인 2·3차 재확산이 시작됐고 마침내 전국을 코로나19 공포로 물들였던 코로나19 4차유행이 2021년 4월 27일 이후 시작됐습니다. 이에 따른 봉쇄조치로 인해, 북부는 물론이고, 남부 핵심경제권역인 호치민시, 동나이성, 롱안성, 빈즈엉성 일대 산업단지 가동이 5월말부터 제한되기 시작했죠. 당국이 공장 생산활동 유지를 위해 엄격한 보건조치를 요구함에 따라 기업들은 주문은 주문대로 감소하고, 생산비용은 생산비용대로 상승하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2~3분기 이와 같은 위기로 인해 3분기 실업률은 3.72%로 코로나19 기간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만, 4분기들어 남부 경제권역들의 생산이 정상화됨에 따라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2.58%를 기록했지만 4분기 경제성장률만 놓고보면 5.22%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상당히 눈길을 끄는 점이 있는데요. 2~3분기 조업이 중단되거나 제한됨에 따라 실업률이 상승했고, 4분기 들어 회복이 시작된 건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기업들은 일손부족을 호소하는 걸까요?
2. 굶어죽는 것 보다 코로나 감염이 더 무서운 베트남인들
코로나 이후 가격이 오른 품목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 제 눈길을 끌었던건 커피값 상승의 이유입니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주산국이지만, 봉쇄조치에 따른 물류차질이 커피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게 주요 언론들의 분석이었죠. 물론, 물류차질이 가격상승의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어찌 한국 언론에서는 수확기를 맞은 커피 생과들이 일손 부족으로 낙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도되지 않았더군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베트남 커피 주산지인 중부고원지역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수확되지 못하고 폐기해버린 커피열매가 무려 30~50%에 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성간 이동이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계절성 근로자들이 업무 현장 복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커피농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근로자 확보에 나섰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손부족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흠..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죠.
왜 커피 이야기를 했느냐, 사실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운건 계절성 근로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남부권역의 많은 기업들은 생산재개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주문을 소화해낼 일손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현재는 못해도 80%의 기업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뗏연휴를 한달여 앞두고 또다시 기업들은 근로자 상여금 책정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매출손실에 조업부진이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고, 근로자들은 뗏을 앞두고 그동안 발생한 소득감소분을 상여금으로 어떻게든 상쇄하려는 모습이니, 양쪽이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겠죠. 기업 입장에서는 뗏이 연중 직원들의 이탈율이 가장 높은 시기인만큼 어떻게든 높은 상여금을 책정하긴 해야할겁니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이유로 현재까지 생산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호치민시 노동당국에 따르면 지금부터 뗏까지 밀린 주문을 소화해내기위해 ▲의류 ▲신발 ▲전자기계 ▲제조업 등에서 3만3000~4만2000여명의 근로자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해당직군들의 월평균 임금은 700만~1500만동 수준으로 크게 나쁘지 않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일손이 모자란걸 보면, 또 한국과 베트남인의 인식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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