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포스팅이 좀 밀렸네요. 글을 못쓰고 있던 기간 저는 말입니다. 제목처럼, 전 뎅기열 투병(?)중이었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을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남들 한번씩 다 당한다는 사기 한번 당해본 적 없고, 그 흔한 접촉사고 한번 없어서 운이 참 좋다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화상개미한테도 데여보고, 뎅기모기한테도 물려 고생하는 동남아 디지즈 더블을 하였네요..
이 사진은 신정환씨의 뎅기열 사건 모습인데요.. 뎅기열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저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기도 한데, 그 통증과 불편함들을 고려할 때, 전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신정환씨는 쇼였구요...
아무튼 이제 좀 살만하니, 제 경험을 토대로 여러분께 뎅기열 관련 지식을 좀 풀어드릴까 합니다.
뎅기열이란?
뎅기열이란, 동남아에 주로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로부터 감염되는 열병으로서, 병원에 노출된 이후 3일에서 14일사이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주된 증상으로는, 초기엔 약한 몸살과 비슷하나, 그날 밤부터 깨질것 같은 두통과 함께,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열은 40도를 웃돌기 시작합니다. 그 외에도 식욕부진이나, 의욕상실을 동반하구요.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병원에 가더라도, 수액처치 정도가 대부분 입니다. 몸 건강한 사람이 잘 버티기만 한다면 일주일 후 몸은 많이 나아집니다.
필자의 투병기
첫째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기상해,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왠지 그날따라 운동이 하기 싫었지만, 출렁이는 뱃살을 보고 있자니 눈물만 흘러서, 하기 싫은 것도 좀 더 하고 왔네요. 그리고 샤워를 마친 뒤 잠시 침대에 누웠습니다만, 그때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밥생각도 안나는 것이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원래 같으면 바로 책상머리에 앉아, 스케줄을 확인하고, 일정을 정리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몸살인것 같아 게임한판 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싶습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100% 몸살 증상이 맞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몸살날 만큼 무리한게 없는데, 왜 그럴까 싶다가도, 체력이 많이 약해졌나보다 하고 그냥 그렇게 쭉 누워있었습니다. 문제는 밤이었습니다. 밤이되니, 두통도 심해지고 갑자기 열이 미친듯이 치솟습니다. 두통은 구비중인 타이레놀이 있어서 먹었는데, 크게 잡히는 느낌도 들지 않고 집에 구비중인 체온계가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열때문에 어질어질했으니 아마 40도를 오르내렸던 것 같습니다. 급한대로 찬물에 적신 수건을 머리위에도 올려봅니다. 그래도 안될 것 같아 홀딱 벗었더니 이미 침대는 땀으로 흥건합니다. 뭔가 잘못됐음을 이날 밤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결국 이날은 열때문에 죽을 것 같아, 냉수샤워 30분간 하고, 잠 한숨 못자고 그대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밤새 낑낑대는 소리에 같이사는 하우스메이트 동생이 아마 좀 불편했을 것 같은데, 다음날 물어보니, 여자친구와의 뜨밤을 보내느라 제가 앓는 소리는 못들었다고 하네요.. 흠... 다행인가..
둘쨋날
어제 밤은 그냥 맛보기에 불과했었습니다. 사실 뎅기열 발병 첫날을 잠 한숨 제대로 못자고 지새우다보니, 첫째날과 둘쨋날 구분이 모호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둘쨋날은 둘쨋날입니다. 이제 겨우 이틀차인데, 벌써 죽는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증상들을 토대로 검색을 몇번 해보니, 급성 뎅기열에 걸린게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문제는 뎅기열엔 약이 없다는건데요. 병원을 가도 확진판정만 내려놓고 되돌려보냈다는 후기가 많이 보입니다. 왜 나에겐 시련만이 오는걸까요.
이렇게 죽을 순 없습니다. 약이 없다면 스스로 견뎌내야할텐데, 잠이라도 자야겠으니, 수면 성분이 포함된 동남아 감기약을 하나 사옵니다. 사실 데콜젠은 4개들이 한상자가 250원이길래, 10박스 사버렸습니다. 이 약의 도움으로 약 5일차까지 약에 취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셋째날~다섯째날
증상의 호전없이 지옥같은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얇게 입으면 분명히 추운데 땀은 미친듯이 흘러내립니다. 에어컨이 가동중인 편의점이나 마트등엔 들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일주일이면 분명히 완쾌된다고 했는데, 이 상태면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 동안 밥도 제대로 못먹었기에, 필살기로 포X리 이온음료를 미친듯이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 시국에 일본 음료를 팔아준다는게 참 죄송한 일이긴 하나, 어쩔 수 없습니다. 나부터 살아야 불매운동에도 동참을 하죠. 주변인들은 제가 뎅기열에 걸렸었단 사실에 살좀 빠졌겠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빠질려는 찰나에 음료수를 부어댔으니, 더 불었습니다. 호호...
여섯째날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접수할 때, 뎅기열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니, 피검사부터 도와줍니다.
피검사 결과를 토대로 의사와 진료시간을 갖게 되는데, 오늘이 6일째라고 하니, 의사가 절 보는 눈빛이 마치 최홍만 보는 눈빛과 비슷합니다. 혈소판수치도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백혈구 수치도 낮아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버텼냐 하는 눈치 같습니다. 아무튼 잘 버텼으니 좀 더 버티랍니다. 7일에서 10일 사이에 회복되는게 뎅기열이니 더 이상해줄게 없다며 진통제 몇알 처방해주는게 전부 입니다.
일주일째
약간의 두통은 아직 있습니다만, 열은 모두 가셨습니다. 어제 병원 방문시만해도 38.4도 정도였는데, 여자친구가 재어본 제 체온은 37도로 정상범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언제 생겼는지 모를 이 발진은 아직 남아있네요. 오늘에서야 뎅기열에서 거의 탈출할 것 같습니다.
정리
뎅기열은 약이 없으므로, 모기에 안물리는게 최선입니다. 따라서 로션형 모기기피제를 구비하시는 것이 좋고,
주변에 폐타이어나 더러운 도랑등 물이 고여있는 곳은 가급적 피하시거나 제거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모기들은 깨끗한물 더러운물 가리지 않고 산란을 한다고 하네요. 다만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들이 유충을 다 먹어치우니 상관없는데 폐타이어안에서는 물고기가 살 재간이 없잖아요?? 아무튼 제 사례가 도움이 되어 다들 뎅기열은 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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