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깐 알쓸신잡 포스팅입니다~
1. 베트남 도로명의 유래
베트남엔 언뜻 보기 엄청난 오토바이와 차량들로 무질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무질서속에 사실은 질서가 숨어 있습니다. 카오스이론이었나요? 뭐 관심있으신 분들은 네이버에다 찾아보시면 될것 같고요. (설명하려다간 얄팍한 지식의 밑천이 탄로남)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특정한 도시발전계획없이 중구난방으로 지어지다 보니 사이사이 골목길도 엄청나게 많은 편입니다. (계획도시의 표본은 경상남도 창원시)
이 꼬불꼬불하고 복잡한 도로속에서도 우리나라보다 더 자리를 잘잡은 시스템이 있는데요. 바로 도로명 주소입니다. 한국은 동단위 행정구역에서 도로명주소로 변화해나갈 때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만 사실 겪어보면 도로명 주소가 그리 편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쭉 뻗은 도로가 끝날때까지 도로명이 같아 번짓수만 찾아가면 되니까요. 그럼 도로명은 어떻게 지을까요? 한국에 있는 저희집의 경우 "구암동" 이라는 동네이름에서 따 "구암길" 이라고 이름을 지었더군요. 마찬가지로 "합성동"은 "합성로", "양덕동"은 "양덕로" 정도로 짓는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의 도로명은 오토바이 한대 지나가는 좁은 골목길을 제외한 모든 도로명이 인물사전의 총집합입니다. 이유에 관해서 어디선가 설명을 들은적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 굳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궁금하신분들은 네이버에 물어보세요. (한국에선 네이버, 베트남에선 구글!!)
2. 베트남 도로명 속 실제 주인공들
베트남 남부 호치민에만 있다보니 북부 지역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잘 알지도 못할 뿐 더러 호치민, 아니 사이공에만 있다보니 그냥 이 도시에 대해 설명드리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사이공만 다뤄봤습니다.
먼저 베트남 드림을 꿈꾸며 입국하신 분들이 가장 많이들 찾으시는 인사대(인문사회과학대학교) 앞 원룸촌입니다. 흔히들 응웬 티 밍 카이(Nguyễn Thị Minh Khai)18A,B 라고 불리는 쭉 뻗은 길은 10군과 5군이 맞닿는 지점을 시작으로 해 빈탄(Quận Bình Thạnh)군과 인접한 지역에서 끝나는 길입니다. 대개 한국인분들이 말하는 응웬 티 민 카이는 1군 인사대 중심부근을 일컫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은 1군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길이라는 점, 꼭 알아두시면 좋겠구요. 위키백과에 따른 우리 응웬 티 민 카이 여사님의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Nguyễn Thị Minh Khai는 베트남 혁명가이자 1930년대 인도 차이나 공산당의 지도자였습니다.
위키백과
마찬가지로 4군 칸호이 다리(Cầu Khánh Hội)를 넘어와 사이공강을 옆에 끼고 응웬훼(Nguyễn Huệ)거리를 지나가는 똔득탕(Tôn Đức Thắng)거리 역시 인물의 이름을 따왔구요. 7군 푸미흥 인근 지역엔 이 분의 이름을 딴 사립 똔득탕대학교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똔득탕대학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여학생들은 핑크빛 아오자이(Áo Dài), 남학생들은 흰셔츠에 검은 정장바지를 입는게 학교의 규칙이자 이제는 전통처럼 자리를 잡았죠.
3. 짤막한 베트남 통일사
1945년 광복이후 친일파 청산은 커녕 오히려 친일파가 미군정의 정부관료로 등용되기까지 했던 있었던 과거 대한민국의 정부와 달리 베트남전쟁 당시 공산주의 월맹(북베트남)이 미군의 지원을 받았던 자유월남(남베트남)에 승리한 직후, 혁명주의에 반대입장을 취하던 군인 6,000여명을 즉결처형했으며 100만이 넘었던 농민들을 산간지역으로 집단이주 시켜 공산주의적 집단농장을 조성시켰죠. 비록 체제는 다르지만 승리후 잔당소탕에 아주 모범적이었던 국가 였습니다. 현재 호치민(Hồ Chí Minh)이라고 명명된 남부의 경제도시는 남베트남의 과거 수도역할을 했던 도시입니다. 이름은 사이공(Sài Gòn), 더 과거로 돌아가면 비엔동(Viễn Đông)이라는 이름을 가졌었으나 근현대사 시점에서는 사이공이 맞습니다. 과거 사이공이었던 도시는 월맹의 사이공 수복 후 당시 북베트남을 승리로 이끌었던 1인자 호치민 국가초대 주석의 이름을 따 개명했죠. 비록 전쟁에서는 패배했으나 남베트남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북베트남에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 이후 남베트남 국민들의 체제에 대한 반발은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호치민은 자신의 이름을 따 도시의 이름을 변경해버렸죠. 현재도 사상선전물은 북부에 비해 남부에 더 많이 집중 배치된다고 합니다.
4. 베트남엔 박항서길이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구 역사상 최초로 미국을 이긴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진 베트남, 민족 자긍심이 엄청난 민족의 나라에 과연 외국인의 이름을 딴 도로명이 존재할까요? 아마도 이번주제는 제가 한국인 최초로 다루는 의미있는 포스팅이 아닐까 합니다. 뭐 최소한 저한테는 의미가 있다는거죠. 후후..
베트남엔 박항서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자로 페이스북 베트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과 함께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위치까지 알아봤습니다.
실제 베트남 북부지역 남딘(Nam Định)시 우측 타이빈(Thái Bình)이라는 도시에 박항서길이 존재하는 것을 구글로 확인했습니다. 그 동안 누구도 예상 못했던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이끈 박항서 감독님, 최근 재계약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는데요. 내년 3월 31일 예정된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예선이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오늘 포스팅은 "베트남엔 박항서길이 있다"로 요약하면서 끝내겠습니다.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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