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오랜시간 살다보면 배달만큼은 한국 못지 않게, 아니 한국보다 더 나은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 나라가 베트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베트남인들에게 병원보다는 약국이 더 친숙하다. 사립병원은 병원비가 턱없이 비싸기도 하고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국립병원은 내원한 환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매우 긴편이다. 따라서 주 이동수단으로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베트남인들은 골절상만 아니라면 가벼운 찰과상 정도는 인근 약국을 들려 간단한 드레싱 처치를 받기도 한다. 혈압재는거 정도야 아무것도 아닌거지.
사실 지금은 뗏연휴 기간인데 베트남 뗏기간엔 유형을 막론하고 영업중인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뗏연휴 기간 문을 여는 상점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하나 그건 시내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
오늘은 머리가 넘나 아파 두통약이 필요한데 도무지 집안에서는 그 흔한 타이레놀 한알이 보이지 않아 약국을 찾아야만 했다. 당장 구글지도에 Nha Thuoc(약국)을 검색하면 내가 살고 있는 근방에도 약국 수십여곳이 검색되지만 뗏기간이 겹치고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았을 이 시간에 무턱대고 약국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지난번에 한번 써봤던 베트남 약국배달 어플을 다시 한번 이용해보기로 했다. 요즘 번역기는 정말 잘 나오는구나. 앱스토어에서 Medigo를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어플들이 수루루루룩 나올 것.
회원가입 절차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끝. 가끔 베트남에서 이런 유형의 어플에 가입할때마다 '주문자가 주문후 잠수를 타버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실제로 페이스북엔 고가의 음식을 주문 한 뒤, 잠수 타버려 배달기사들이 눈물흘리곤 하는 모습들이 자주 올라오기도 한다. 배달기사들의 고충이랄까..
회원가입 절차만 끝내면 내 위치를 기반으로 당장 약배달이 가능한 약국들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아마 모든 약국은 아닐테고 메디고와 제휴관계를 맺은 약국들에 한해서 검색이 되는 메커니즘 같다.
역시 어메이징한 베트남, 그냥 호기심에 검색해볼 수도 있는건데 우리집으로부터 5.4km 떨어진 지점 약국을 검색해내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약국에 '손님 받아라' 하고 던져버린 것 같다. 바로 전화가 와 "손님~ 메디고로 약 주문하셨죠옹~?" 하고 확인전화가 오는데 이거 뭐 내가 주문한게 뻔한데 잡아뗄수도 없고 증상을 말하고 "타이레놀 있음? 그거 주셈"하고 주문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나는 베트남어에 익숙하다보니 큰 문제가 없었으나 영어로 주문을 진행해야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긴 했다. 아무래도 약국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영어는 가능하겠지?
내 증상을 말하고 내가 먹어야할 약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주문은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나는 "머리가 아프니 혹시 타이레놀 있으면 주실래요?" 하고 물었고 상대는 있다며 약을 곧 보내주겠다며 통화를 끝냈다. 이후 판매자가 상품명을 기입해서 배달료와 약품 가격을 내게 찍어서 전송하면 나는 내 주소확인하고 약품 및 배달료만 확인 한뒤 다시 전송하면 된다.
그럼 주문은 끝난다.
내가 주문한 약의 가격은 2만동(1000원), 배달료는 3만5000동(1800원), 기성의약품 가격은 그 나라의 경제력에 따라 차등 책정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약값은 진짜 오지게 싸네. 'Dang tim shipper'는 배달할 기사를 찾고 있다는 문구, 아무래도 고비엣이나 그랩기사가 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근데 배달기사가 계속 헤맨다.. 네비도 있을텐데 왜 못찾아오는걸까.. 전화를 계속 해대길래 바오베 아저씨한테 위치설명을 부탁드렸는데, 그래도 못찾아오더라.
10여분 거리를 30분이 넘게 달려 겨우 찾아온 배달기사. 바오베 아저씨도 이해 못하겠는지 "눈감고 후진으로와도 5분이면 오겠다"며 결국 둘이 싸우는거 그냥 나는 배달료만 주고 토껴버렸다.
웃긴건 배달이 늦어지니 배달료도 차감됐다는 것. 근데.. 배달료 300원까주는거 보다 그냥 좀 빨리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배달기사는 랜덤이니까 오늘은 그냥 내가 재수가 없었던 걸로.
근데 약을 받고나니 뭔가 이상하다. 분명 타이레놀을 달라고 했고 있다고 답했는데 다른 약이 왔다.. 파나돌?
검색해보니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하고 있으며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지역에서 타이레놀을 대체하는 전통적인 진통제라고 한다.
약은 증상에 맞게 잘오긴 했는데 왜 타이레놀이 있다고 대답한거야??
근데 타이레놀보다 효과가 좋았다. 먹은지 10분만에 너무 개운해졌다..ㅋㅋ 다음부터 의약품 배달은 메디고를 사용하는 것으로!! 뭐 정급하면 그냥 직접가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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