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아침이 밝았네요. 이제 하루만 더 가면 모든 일정이 종료됩니다. 클라이언트들은 이번 여행이 모두 만족스러운것 같은데요. 아마 다음 일정에도 제게 도움을 청할 것 같긴 합니다. 사실 저아니면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갈 사람이 없어보이긴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 가이드야 뭐,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고, 퇴근하면 땡이지만, 이번 일 같은 경우 5분새, 일정이 3번씩이나 변경되는 극한의 일정은 ... 음.... 아무튼 비오는 아침, 오늘도 평화로운 더파크 입주민들입니다.
맨날 조수석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니, 이 아저씨 고향은 어디인지부터, 이전에 했던 일, 딸들과의 관계, 한베국제관계, 미중무역전쟁.... 아 미중무역전쟁은 빼고요... 렌트카 기사 하기전엔, 시내버스를 운행하셨다는데 소득이 약 1천만동이었답니다. 대신 업무강도나 스케줄, 그리고 도로위 상황을 감안하면 수익이 그리 많은건 아니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한국사장님 한분 잘만나서 창립멤버로 4년간 운행하고 계신답니다. 문제는 사장님이 베트남어를 할줄 모르고, 통역직원조차 없다던데, 4년간 이렇게 문제없이 일하고 있는거 보면, 꽤나 괜찮은 노사관계로 보입니다. 아무튼 내일이면 이 아저씨 옆에 동석하는 것도 마지막이겠군요.
Chợ, Lê Lợi, Phường Bến Thành, Quận 1, Hồ Chí Minh 700000 베트남
오늘도 2팀으로 나뉘어 이동할 예정인데, 제가 맡은팀은 부회장님이었으나, 시간지연으로 다른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오후엔 비즈니스 미팅이 예정되어 있으니, 그전까지 이리저리 사람들 데리고 다니며 시간좀 때워야 합니다. 원래 시간 때울때 가장 좋은건 이렇게 벤탄시장 같은 짝퉁시장에다가 던져놓고 커피 한잔 때리는건데요. 상품들의 대략적인 가격, 흥정 노하우등을 미리 알려드리긴 했으나, 그래도 사람들 눈탱이 맞을까봐, 잠시나마 동행하긴 했습니다.
어떻게든 비싼값에 팔려는자와, 어떻게든 싸게 사려는자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벤탄시장 어귀엔 이렇게 공공화장실도 있으나, 무료는 아닙니다. 오줌이든, 똥이든 한번 입장때 3천동을 지불하여야지만, 바지를 내리고 근심걱정을 해소할 수 있죠.
2 Nguyễn An Ninh, Phường Bến Thành, Quận 1, Hồ Chí Minh, 베트남
이번 일정은 부회장님이 투자자들 경비를 전부 부담해서 만든 자리입니다. 패키지여행처럼 쇼핑몰 들려, 강매가 이뤄지지도 않고, 일정 사이사이 마사지나, 괜찮은 식당들이 예약되어 있다보니, 개인경비가 들어갈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렇다보니, 베트남돈이 없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뭐.. 이것도 제 몫이 겠죠. 이제 거의 베트남 사람 다됐군요.
원래는 10시부터 12시까지 벤탄시장에서 시간좀 때우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근처에서 마사지 1시간 받고 7군 사무실로 넘어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 분들 또 마사지 1시간짜리는 감질맛난다고, 1시간30분을 요구하십니다. 현재 스케줄에서 마사지 30분이 추가되면, 거리상 제 시간내 이동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2군에서 7군까지 20분만에 주파하기란, 제가 직접 오토바이 몰고 운전하는거 말곤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더군다나 제가 들은바 "마사지는 무조건 1시간씩 넣어라, 놀러온게 아니다." 였기에, 원하는거 최대한 해드리고 싶으면서도, 또 오더와 상충되는 내용이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그냥 조금씩 일정을 당겨서 마사지 1시간 30분을 넣어드리기로 합니다. 식사도 30분 일찍 진행했구요. 보통 이런 경우, 인솔자의 역량과, 재량에 따라 달려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항상 계획대로만 흘러가는 크고 아름다운 그것이 아닙니다. 모든게 완벽했던 마사지 스케줄, 남성분들은 제때 나와주셨으나, 여성분들의 환복 시간을 고려치 못했습니다.. 덕분에 예상시간보다 30분 딜레이. ㅋ
미팅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끝난 미팅때문에, 저녁식사까지 붕 떠버린 시간을 좀 때워야 했는데, 푸미흥 137마사지에 넣어드리려고 했더니, 지금 이 텐션을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며 티타임을 고집하십니다. 사실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어딜가나 막힐 시간입니다만, 그래도 방법을 모색해봅니다. 저녁식사는 1군 레탄톤 중심부.. 7시30분.. 급한대로 똔득탕대로변, 호텔들에 전화를 걸어봅니다. 길가 프랜차이즈 카페에 떨궈드리긴 거시기 하니까요.
이 막히는 도로에서 굳이 또 똔득탕길로 가자하니, 기사가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린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호텔에 있는 커피숍들은 죄다 엘리베이터타고 올라가야 하는 층에 있습니다. 손님들의 연령대와, 대화수준을 가늠해볼때, 엘리베이터 타는 동선은 제외해야 할 것 같아, 리버사이드 호텔 밑에 위치한 베네치아라는 양식집으로 이동했습니다.
분위기 좋은 호텔 카페에 단 두사람만이 식사를 하고 있으니, 이거 얼마나 횡재입니까?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없으니, 금상첨화 입니다. 일단은 식당인듯 하니, 미리 들어가 커피를 마셔도 되겠냐 양해를 구한 후, 손님들을 안내했습니다.
모든게 다 순조로워 보였지만, 제 인생 뭐하나 순조로운건 1도 없습니다. 커피 5잔을 주문했더니 30분동안 기계잡고 이러고 싸우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뭐가 문제냐 물었지만, 문제없다더니, 결국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클레임을 넣습니다. 제 얼굴까지 빨개지려 합니다. 30분이 지나서, 커피가 한 두잔씩 나왔지만, 이제 식사장소로 이동해야 할 시간입니다. 나머지 커피들을 캔슬시키고, 계산서를 달라고 했더니, 제가 시킨 모든 커피값을 받으려는 심산입니다. 저는 조1밥이 아닙니다. 베트남어 좀 못한다고 참는 대다수 한국인들과는 좀 다릅니다. 니네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냐? 라며 입씨름을 좀 한 후, 그제서야 계산서를 고쳐서 갖다줍니다. 사이다 2캔만 계산하고 나가랍니다. 사이다 두캔 55,000동.. 잔돈도 없어 그냥 10만동 던져놓고 나왔습니다. 앞으로 절대 가서는 안될 카페입니다.
HCMC, 11A Ngô Văn Năm, Bến Nghé, Quận 1, Hồ Chí Minh, 베트남
1군 레탄톤 거리 골목에 위치한 베트남식 코스요리 전문점입니다.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데, 높은 가격대 만큼 훌륭한 분위기와 서비스 정신을 갖추고 있는 식당입니다.
식기 하나 하나 부터, 배열까지 전부다 고급진 구성으로 1% 고객들만을 받겠다라는 심산인것 같은데요.
물티슈마저 고급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문제는 가격대비 음식이 별로라는 겁니다. 이 코스의 경우 1인 270만동, 무려 13만원이 넘는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식재료는 랍스타 한마리가 땡이더군요. 가끔 법인카드로 접대할때나 갈만하지, 혼자 갈일은 전혀 없을 것 같은 식당입니다.
후식으로 차도 내어준다길래 기대 좀 했건만, 그냥 티백만 넣어서 주네요. 미리 우려내어 티백 빼서 줬으면 더 고급질 뻔 했는데 말이죠.
아무튼 식사도 그렇게 끝났고 이제 퇴근하면 됩니다. 오늘도 퇴근이 좀 늦네요. 그래도 퇴근길은 즐겁습니다.
부실한 식사(?) 덕에 집에와 두리안으로 원기 충전 한번 더 끝내놓고서야 잠에 듭니다.
두리안은 살짝 얼려먹으면 진짜 맛있습니다 헿....
내일이 마지막인데, 내일도 평화롭게 하루가 흘러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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