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오뚜기 등 후발주자 공세에 
부동의 1위 ‘팔도’ 점유율 하락    
신제품·모델 교체 등 마케팅 강화

한 편의점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민 기자] 
한 편의점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민 기자]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예년보다 이른 더위에 대표적인 여름철 식품인 비빔라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비빔라면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에 정점을 찍는다. 이에 라면업계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비빔라면 신제품을 출시하고 신규 광고를 공개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편집자주] 

라면시장 정체 속 성장세 유지 

비빔라면 시장은 국내 라면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홀로 성장세를 지속해 라면 제조사들의 진검승부가 이뤄지는 부문이기도 하다.

국내 라면시장의 경우 시장 규모가 수년째 2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비빔라면은 최근 급격히 커졌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5년 757억원이었던 국내 비빔라면 시장은 2022년 1500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으며 지난해에는 18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비빔라면 시장은 팔도가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농심과 오뚜기, 하림이 후발주자로 추격하는 구도다. 

팔도는 1984년 ‘팔도 비빔면’을 출시한 이후 줄곧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지난 2021년과 2020년 ‘배홍동비빔면’과 ‘진비빔면’을 출시하는 등 비빔라면 제품군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서 점유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한때 80%에 달했던 팔도의 비빔라면 시장 점유율은 현재 55~60%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농심과 오뚜기의 점유율이 각각 20%, 10%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팔도마라왕비빔면. [사진=팔도] 
팔도마라왕비빔면. [사진=팔도] 

팔도. 점유율 1위 방어 나서 

팔도는 비빔면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팔도비빔면 봄에디션’을 선보인데 이어 3월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마라를 콘셉트로 한 ‘팔도마라왕비빔면’을 내놨다. 

팔도는 지난 2018년 윈터에디션을 시작으로 사계절 내내 비빔면을 즐길 수 있도록 매년 계절 한정판 메뉴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팔도비빔면 봄에디션은 기존 팔도비빔면에 딸기스프를(5g) 별첨한 제품으로 200만개 한정으로 출시됐다. 

팔도마라왕비빔면은 비빔장의 특유의 감칠맛과 함께 마라 특유의 혀끝에 남는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팔도 연구진은 차가운 면과 잘 어울리는 한국식 마라 분말스프를 개발했다. 분말스프에는 산초와 베트남 하늘초를 배합해 평소 향신료에 익숙지 않아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라맛이 면발에 잘 배도록 얇은 면도 적용했다.

농심의 배동동큰사발면. [사진=농심] 
농심의 배동동큰사발면. [사진=농심] 

농심·오뚜기, 비빔면 라인업 강화 

농심과 오뚜기는 비빔면 후속 제품과 용기면을 선보이며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2월 ‘배홍동쫄쫄면 챌린지에디션’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배홍동쫄쫄면은 배, 홍고추, 동치미를 갈아 숙성해 만든 배홍동비빔면 비빔장에 쫄면 맛을 구현한 제품으로 농심은 매운맛을 다양한 유형으로 즐기는 트렌드를 따라 이번에 기존 제품보다 3배 더 매운 맛을 적용했다.  

농심은 이번 신제품으로 비빔라면 경쟁을 본격화하고 출시 4년차를 맞은 배홍동 브랜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해 배홍동 브랜드 매출은 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이 중 지난해 처음 선보인 배홍동쫄쫄면 매출이 100억원으로 약 30% 비중을 차지했다. 

농심은 배홍동비빔면을 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난달 ‘배동동큰사발면’도 내놨다. 오뚜기도 같은달 ‘진비빔면 용기면’을 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2034 젊은층 사이에서 조리나 뒤처리가 편리한 용기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을 고려해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림의 더미식 비빔면. [사진=하림] 
하림의 더미식 비빔면. [사진=하림] 

하림은 지난해 3월 ‘더미식 비빔면’을 출시하며 비빔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냈지만 아직 점유율은 미미하다. 

하림은 높아진 소비자의 취향과 입맛에 맞춰 10가지 과일과 채소를 블렌딩한 비법 양념장과 육수로 반죽한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로 맛의 경쟁력을 앞세웠다. 

특히 하림 제품 담당자들은 전국의 비빔국수, 쫄면, 밀면 등 전국 맛집을 직접 순회하며 현장에서 시식하고 비빔장의 맵기(스코빌 지수)와 염도, 당도, 맛, 면의 탄력과 점성 등을 분석하고 연구해 더미식 비빔면을 내놨다. 

팔도비빔면 신규 TV 광고. [사진=팔도] 
팔도비빔면 신규 TV 광고. [사진=팔도] 

모델 발탁·새 CF 공개 등 마케팅 본격화

새로운 모델을 발탁하고 CF를 공개하는 등 광고 마케팅에도 힘을 주고 있다. 

팔도는 비빔라면 판매 성수기를 앞두고 지난 1일 팔도비빔면 신규 TV 광고를 공개했다. 

이번 광고는 40년 비빔면의 근본이라는 콘셉트로 제작됐으며 베테랑 연기자 서권순과 범죄도시3 '초롱이' 캐릭터로 인기를 끈 배우 고규필이 출연했다. 

아침드라마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치싸대기를 패러디해 원조 비빔라면은 팔도비빔면이란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상은 근본이 뭐냐고 외치는 고규필 앞에 서권순이 등장하며 시작한다. 서권순 손에 든 비빔면 면발이 고규필의 양쪽 뺨을 스치고, 서권순이 면발을 휘두르며 하는 대사 오른손, 왼손은 팔도비빔면의 CM송을 연상케 했다.

고규필은 양쪽 볼에 묻은 소스를 혀로 맛본 후 이것이 근본이라며 감동받은 표정을 짓는다. 또 영상 하단의 '이 장면은 실제 팔도비빔면 면발로 촬영되었습니다'라는 재치 있는 자막이 웃음을 더했다.

신은경 팔도 마케팅 담당은 "새로운 광고는 치열해져가는 계절면 시장에서 원조 비빔라면인 팔도비빔면의 자신감을 유쾌하게 그려냈다"며 "성수기를 맞아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일찌감치 지난 3월부터 광고를 시작하며 경쟁에 돌입했다. 

농심은 방송인 유재석을 4년 연속 배홍동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지난 3월부터 새로운 TV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광고 콘셉트는 유재석이 리포트가 돼 비빔면 장인과 소비자가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비법전수 편과 맛집소문 편 총 2편으로 구성돼 있다.

오뚜기는 가수 화사에서 배우 이제훈으로 모델을 교체하고 지난 3월 신규 TV CF를 공개했다. 콘셉트는 '초시원, 초매콤, 초넉넉 진비빔면으로 120% 만족'으로 이제훈의 군침 도는 먹방으로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림이 배우 이정재가 출연한 광고를 온어에했다.  [사진=하림] 
하림이 배우 이정재가 출연한 광고를 온어에했다.  [사진=하림] 

하림은 이달 배우 이정재를 3년 연속 더미식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새로운 더미식 비빔면 광고를 온에어했다.

하림 관계자는 "'거봐 아는 맛보다 맛있다니까'라는 광고 속 이정재의 대사를 통해 더미식 비빔면에 대한 하림의 자신감과 진심이 잘 전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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