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장
성현 산업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쿠팡과 지마켓,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등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와 대표 교체, 매각, 희망퇴직 등으로 혼돈에 빠졌다.

신세계그룹은 지마켓을 이끌 새 대표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정 신임 대표(부사장)은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에서 근무했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SSG닷컴도 대표가 교체됐다. SSG닷컴의 신임 대표에는 최훈학 전무가 내정됐다.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났다.

CJ대한통운에 SSG닷컴의 물류부문과 지마켓의 배송업무를 넘긴지 2주만에 나온 결정이다. 그만큼 변화가 절실했다는 얘기다.

쿠팡은 공정위로부터 역대급 과징금을 맞았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쿠팡 PB상품 전담 납품 자회사)가 PB상품과 직매입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쿠팡은 펄쩍 뛰었다. 단순한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을 내리고 형사고발까지 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제재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3조원 규모의 물류 투자와 22조원에 이르는 로켓배송 투자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사정도 비슷하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0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렸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이 제재에 반발, 행정소송을 냈지만 2022년 12월 고등법원에서 패하고 현재 대법원 심리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롯데온은 희망퇴직 중이다. 롯데온은 지난 5일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2020년 출범 이후 처음 단행하는 희망퇴직이다.

11번가는 매각과 사옥 이전을 앞두고 있다. 올해 9월 사옥을 현재의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의 유플래닛 타워로 옮긴다.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 지마켓에 이어 3위권인 11번가는 현재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AK몰은 외국계 회사인 큐텐에 경영권이 넘어간 상황이다.

주요 온라인쇼핑업체 대부분이 크고 작은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거래액 세계 4위, 침투율 세계 2위, 인당 거래액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이다.

온라인쇼핑 시장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했으나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 속에 중위권 업체들의 생존게임이 이어져 왔다. 쿠팡도 지난해에서야 첫 연간 흑자를 보며 고전했다.

최근에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해외 직구 규제 논란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유력 대선 주자들까지 가담했던 논란이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만큼 온라인쇼핑과 해외 직구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을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중위권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쿠팡마저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으로 큰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다. 논란과 위기가 쌓이면 그런 업체는 도태되고 이런 기업이 늘어나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독과점 구도가 된다. 독점과 과점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는 법. 소비자에게도 좋을 리가 없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치여 단물도 맛보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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