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사 / 강민영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여자들이 현실 세계에서 당면하는 사회적 사건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및 유포, 오픈채팅방 내 성희롱, 동물 학대와 스토킹 범죄, 로맨스 스캠, 가정폭력 등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욕망을 우선하며 상대방을 지배하려 하고 복종시키고자 한다.

“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굵은 선이 머리 위로 이어진 것처럼 공통점이 있었다.”

식물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조용히 머금다가 견디지 못할 때 표출한다. 또한 본인이 뻗어나갈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

사려 깊게 식물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듯 유희는 '식물, 상점'의 손님들에게도 차례대로 다가간다.

유희는 여자들의 강력한 아군으로 새로운 차원의 상상을 발휘한다. 대개 반성도 사과도 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가해자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처단한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다음에 올 여자들이 또다시 같은 형태의 고통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결국 시발점을 찾아 말끔하게 지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옭아매던 어릴 적 트라우마를 회복해간다.

여성을 향한 혐오를 정면으로 반격하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 책은 특유의 분위기로 독자를 압도한다.

고통 속에서 홀로 맥없이 사그라드는 여성을 호명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서의 연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저자의 새로운 세계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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