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조광희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의 주인공 한건우의 직업은 변호사다. 재판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에게 소속 법무법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다. 용건을 들고 찾아온 ‘윤밤의’라는 이름의 여성이 있다는 것.

소설가인 윤밤의가 한건우를 찾아온 이유는, 태국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는 조건과 관련해 조언을 얻기 위해서다.

건우가 밤의의 의뢰를 수락하면서 둘은 관계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밤의의 소설집 ‘그리운 것도 없는 밤’에 수록된 소설 ‘기억의 알리바이’를 읽게 된 건우는 놀랍게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너무 흘러버려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실제 건우의 경험이 소설로 씌어진 것이다. 밤의는 건우와 가볍게 스쳐 간 여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 있었다.

만나서 문제를 지적하는 건우에게 밤의는 교통사고로 죽은 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라 대답하지만 건우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자

신이 만난 여자가 다름 아닌 밤의이고, 그녀의 조카가 어쩌면 자신의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여기까지가 소설의 내화다.

액자식구성을 취하고 있는 소설의 외화는 인공지능 구독 서비스를 통해 ‘AI 레비’와 소설을 집필 중인 소설가 한건우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한건우의 자살이라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밤의와 건우, 레비의 서사를 차례로 추적하며 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

오늘날, 이미 상용화된 인공지능이 직접적으로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과정을 그려나가면서 현대사회를 향한 묵직한 질문을 잇따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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