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장
성현 산업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경협은 지난 3~4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4대 그룹이 속한 제1그룹의 연회비는 35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한경협에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4대 그룹 중 유일하다.

SK그룹도 계열사별로 이사회 보고를 마친 뒤 이르면 이달 중으로 회비를 납부할 계획이다. LG그룹도 현재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서 옛 전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해 12월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한경협은 지난해 8월 이름을 변경하고 정경유착을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도 지난해 8월 취임사에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첫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겠다”며 “단순한 준법 감시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 준감위는 이날 회비 납부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사실상 거부다.

이는 한경협이 아직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류 회장이 선언한 과거 청산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한경협이 투명함과 윤리경영을 100% 지키기는 쉽지 않다.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정부와 국회 등에 요구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비리와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리와 부조리를 감행하면서 친기업 정책이 관철되길 바라는 회원사가 많을 수도 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회비를 그냥 내고 싶은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국민들의 기준은 높아졌고 ESG경영은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관건은 한경협이다. 투명하고 객관적이면서 회원사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한경협 스스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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