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장
성현 산업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는 금호석유화학이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 항소심을 20일 기각했다.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1심이 적절했다는 결론이다.

이 소송은 금호석유화학이 계열사에게 그룹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고 남대문세무서가 지적해 시작됐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 상표의 공동소유자임에도 계열사들에게 사용료 79억9902만원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결과는 금호석유화학의 승리였다.

서울행정법원 5부는 지난 1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호그룹이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검토한 자료에서도 상표권은 본질적으로 어느 한 회사가 독점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그룹 전체가 소유하는 권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금호석유화학이 독점적으로 사용료를 수취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남대문세무서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패했다.

하이트진로도 브랜드 사용료를 두고 세무당국과 맞붙은 소송에서 이겼다. 이번에는 하이트진로가 브랜드 사용료를 너무 많이 냈다며 세무당국이 지적해 시작된 소송이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하이트진로의 손을 들어줬고 강남세무서가 상고하지 않아 지난달 20일 원고 승소로 확정됐다.

브랜드 사용료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주목하는 분야다. 공정위는 매년 대규모기업집단(그룹)의 브랜드 사용료 수취 현황을 발표한다.

지난해 33개 그룹 지주사 중 26개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브랜드 사용료는 총 1조3545억원이다. 전년 대비 17.5% 증가한 수준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브랜드 사용료를 점검하는 것은 오너 일가 부당 지원을 막기 위함이다. 기업들이 브랜드 사용료를 명분으로 계열사 돈을 받아 오너 일가에게 지급할 배당금을 늘리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적정한 사용료율이다. 계열사에게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으면 배임이고 너무 많이 받으면 부당 지원이 되는 게 브랜드 사용료다. 공정위는 브랜드 사용료를 많이 받은 대기업 지주사를 하나하나 공개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하다.

물론 브랜드 사용료는 업종과 소유권 보유기간, 인지도, 매출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되기에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는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등 불필요한 혼선을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기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정답을 찾아가면 된다. 문제가 있어도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만히 둔다면 그것은 책임 회피다. 공정위와 세무당국 등이 힘을 합쳐 적절한 기준을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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